최근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이 한국경제신문 '코알라' 뉴스레터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상반된 인식과 그에 따른 정책 대응의 차이를 통찰력 있게 조명하는 글인데요. 그는 개인과 지역, 문화에 따라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상이한지를 차 문화에 비유하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한 미국인은 차를 마시는 방식을 머그잔에 티백을 넣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영국인은 전통적인 티포트와 찻잎을 사용하는 방식을 따랐습니다.
이처럼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 역시 ‘너희 동네에서는’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인해 오해와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부 범죄 사례나 투자 실패만으로 가상자산 전반을 사기로 매도하는 경향이 짙으며, 이는 혁신의 기회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늘은 그의 칼럼 속에 담긴 가상자산 시장의 단순한 산업 분석을 넘어,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관점에 대해 살펴보며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자산 혁신을 바라보는 두 시선
가상자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혁신으로 볼지, 사기로 볼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민승 센터장은 이 같은 혼란의 핵심이 ‘관점의 차이’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 접한 경험, 그리고 언론의 보도 방향에 따라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자 화폐 혁명이라 믿기도 하고, 반대로 무분별한 투기로 인해 사회적 폐해를 유발하는 사기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피델리티 등은 비트코인을 ETF로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재선 전략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정치인은 여전히 “크립토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방법으로 나쁜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각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각국의 산업 발전 속도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면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열어두고 있지만, 한국은 법률가, 규제당국 중심으로 허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입니다. 기술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의 의견은 배제된 채, 리스크 관리와 제재 중심의 정책만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전기차에 대해 소방관의 의견만 듣는 것과 같습니다. 즉, 화재 가능성만 부각되는 반면, 그 기술적 가치나 친환경적 가능성은 외면당하는 것입니다. 결국 혁신은 배제되고, 위험만 남는 격입니다.
트럼프 행정명령과 미국의 전략적 변화
2024년 미국에서 연이어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대전환을 보여줍니다. 1월 23일, ‘디지털 금융 기술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라는 행정명령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경제, 기술,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임을 선언하며, 정부 부처에 정책 제안과 법안 정비를 명령했습니다. 이어 3월 6일에는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 및 디지털 자산 비축분 설립’을 통해 정부 기관이 보유한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내려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민간에서만 논의되던 디지털 자산을 정부 전략 자산으로 끌어올린 상징적 조치라고 해석합니다. 또한 미국은 '디뱅킹' 문제도 빠르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디뱅킹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이유 없이 은행 계좌 개설을 거절당하는 문제로, 오랫동안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준은 4월, 은행이 크립토 관련 사업에 앞서 별도 사전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발표하며 산업에 숨통을 틔웠습니다. OCC는 Interpretive Letter 1183을 통해 은행들의 크립토 진출을 허용했고, SEC도 자산 수탁 시 부채로 잡도록 했던 가이드라인 SAB121을 폐기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크립토 서밋’입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 발표 직후 업계 인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향후 법안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그는 “이제부터는 업계를 증오하는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규정을 만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제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접근은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트럼프의 비전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요?
한국은 여전히 기술과 산업을 하나의 ‘관리대상’으로 보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다.
정책 논의는 규제 중심으로 흐르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무엇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접근만이 존재합니다. 이는 기술적 가능성과 산업의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금융 질서와 법률 구조 내에서의 통제에만 집중한 결과입니다.
이에 김민승 센터장은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실제 산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의견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한국 내 정책 결정권자는 대부분 금융권, 법조계 출신입니다. 그들은 당연히 리스크 관리에 더 능숙하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관점이 곧 국가의 산업 전략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 종사자, 개발자, 블록체인 전문가 등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트럼프의 방식처럼 규정을 설계하는 자리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제도는 점점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여전히 디지털 자산을 단순히 '투기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패권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과 기본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각 주 정부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자산 비축 전략을 수립 중입니다. 러시아, 중국 등도 미국의 디지털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김치코인’ 사기 논란과 공포 마케팅 중심의 언론보도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 미래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규제 프레임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김민승 센터장의 칼럼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닙니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 비교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으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는 미래 기술이자 금융의 진화입니다. 지금 우리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황금시대'로 선언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 이 흐름에 맞춰 산업 전략과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사기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가상자산 산업을 혐오하는 이가 아닌, 가상자산 산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미래의 규정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