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존재감이 전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높은 예치 이자, 빠른 송금 속도, 안정적인 자산 가치 유지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한국 경제에 있어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매개로 한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원화의 통제력 약화와 금융 주권의 훼손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트랜드가 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징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부상 및 디지털 금융 혁신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법정화폐에 연동되어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으며, 주로 미국 달러화에 페깅되어 발행됩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일반 암호화폐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고, 글로벌 송금이 빠르며, 예치 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과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연 4%에서 최대 6.5%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에서 USDT를 예치하면 연 6.51%의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은행 평균 이율의 약 세 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송금 속도가 전통 은행보다 훨씬 빠르고, 수수료도 낮아 디지털 금융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경제에 접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 쇼피파이 등 글로벌 결제 솔루션 제공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를 지원함으로써, 디지털 자산의 실생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스테이블코인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자본 유출과 금융 주권 약화
문제는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급부상이 한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되며, 원화 기반 금융 시스템의 통제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해 예치하거나 송금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원화 자산이 국내 금융 생태계를 벗어나 해외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월 한 달 동안 국내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고팍스, 코빗)에서 발생한 스테이블코인 거래 대금은 약 55억 달러(약 7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증가한 수치로, 국내 시장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산 이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해외 이전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 국내 금융 시스템은 점차 그 기반을 잃게 되고,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에서 점점 더 뒤처질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지급결제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별도의 규제 체계 마련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흐름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과제
이러한 탈한국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기관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자산 유출과 금융주권 약화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 내에서 원화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면, 외화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제·핀테크·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하나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경제 속에서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결제 서비스와 연계하여 실생활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현재는 페이팔이나 비자 등 해외 결제 시스템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고 있으나, 한국 내에서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연동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디지털 경제 내에서 원화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정비와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 수립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논의를 시작한 상태이며, 한국은행도 정책 수행에 참여할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의 협력, 기술력 확보, 사용자 신뢰 구축 등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높은 수익률과 빠른 자산 이동성은 한국 경제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자 위기입니다. 자본의 탈한국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금융의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열쇠라 하겠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 전략적 대응과 적극적 투자, 그리고 민관 협력을 통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이 디지털 자산 시대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