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여전히 1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은행 계좌 없이 현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는 물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 자체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암호화폐가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혁신적인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은행 인구(unbanked population)'를 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단지 투자 수단을 넘어서 진정한 금융 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오늘은 현금 중심 국가에서 암호화폐 채택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비은행 인구 맞춤 전략, 오프라인 기반 기술 도입, 그리고 지역 특화 정책의 중요성을 다각도록 분석해 봅니다.
1. 비은행 인구를 위한 맞춤형 암호화폐 접근 전략
암호화폐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그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탈중앙화’와 ‘접근성’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하지만 지난 수년간 업계는 디지털 지갑, 거래소 앱, 온라인 월렛 등에 집중하면서 실제로 가장 필요한 계층인 비은행 인구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해왔습니다. 이에 전 세계의 현재 약 14억 명의 비은행 인구는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금융 인프라 부족, 신용 이력 부재, 신분증 미비 등의 이유로 전통 금융 시스템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접속률이 낮아, 기존 디지털 중심의 암호화폐 접근 모델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오프라인 또는 하이브리드형 접근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프리카의 M-Pesa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대리점을 기반으로 하여 현금을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즉, 은행 계좌가 없는 사용자들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송금, 결제, 저장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6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금융 접근성이 극도로 낮은 지역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도 이와 같은 간접 인프라를 도입하고,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설계로 전환해야 실질적인 채택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인터넷 없이도 가능한 오프라인 암호화폐 기술의 필요성
암호화폐 업계가 간과해온 현실 중 하나는, 세계 인구 중 상당수가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 환경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예상보다 더 광범위한 지역이 여전히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심지어 도시 지역조차도 끊임없이 접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지털 지갑이나 온라인 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채택은 비효율적이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찬쿠라(Machankura)’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마찬쿠라는 인터넷이 없어도 작동하는 암호화폐 송금 서비스인데요. 기본 GSM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USSD 기술을 통해 작동합니다. 이는 피처폰 사용자도 암호화폐를 송금하거나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며, 실제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13,600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QR 코드 기반 종이 지갑, 문자 메시지를 통한 송금 서비스, NFC 기반 암호화폐 카드와 같은 물리적 암호화폐 등도 도입되고 있으며, 사용자 환경에 맞춘 다양한 오프라인 솔루션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접근성 해결을 넘어서, 사용자 맞춤형 혁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스템에 맞추어 사용자를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현재 상황과 조건에 맞춰 기술을 설계함으로써, ‘진짜 포용적인’ 암호화폐 생태계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솔루션은 향후에도 주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글로벌 기업과 개발자들은 이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3. 각국 정책, 문화, 환경에 따른 지역 특화 암호화폐 전략
암호화폐의 확산은 기술이나 플랫폼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각국의 정책, 경제 구조, 사회적 수용도, 금융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성과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 국가는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높은 채택률을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로코는 암호화폐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인구의 약 16%가 암호화폐를 사용 중입니다. 루마니아는 전체 결제의 75%가 현금이지만 암호화폐 채택률이 14%에 이릅니다. 이집트의 경우도 72%가 현금에 의존하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술적 접근 외에도 제도적, 정책적 유연성이 채택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암호화폐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국가별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단일한 글로벌 표준보다, 각국의 경제 규모, 문화적 습관, 인프라 수준에 꼭 맞춘 ‘지역 최적화’ 모델이 효과적입니다. 유럽연합의 ‘MiCA’ 규제는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며 산업 투명성을 높이고 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 또한 디지털 자산의 고유 식별자를 개발 중입니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통합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며, 규제당국과 업계 간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각국의 제도와 문화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지속 가능한 채택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민간과 정부 간 협력, NGO 및 비영리 단체와의 연계 등 다양한 사회적 연계망을 활용하여 비은행 인구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암호화폐가 진정한 글로벌 자산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기술 확장으로는 부족합니다. 실 사용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비은행 인구와 현금 중심의 국가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문화적 수용성, 제도적 유연성, 오프라인 솔루션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동시에 발전해야 합니다.
이제 금융 포용성 확대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도구를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는 첫걸음이라 하겠습니다.